광주 원도심의 빈자리…충장로·금남로는 왜 다시 채워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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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원도심의 빈자리…충장로·금남로는 왜 다시 채워지지 않나?

- 광주 오피스 공실률 18.9%…금남로·충장로는 사무실 44.83% 비어

- 100억원 상권재생 사업에도 ‘업무·소비·체류 기능’ 회복은 과제로

광주를 대표하던 충장로·금남로 상권이 높은 공실률과 업무기능 약화, 소비축 이동 속에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행사 중심 처방을 넘어 원도심의 상주인구와 일상 소비를 되살리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클릭뉴스)
[클릭뉴스] 광주 원도심의 상징인 충장로와 금남로가 좀처럼 비어 있는 점포와 사무실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때 ‘호남의 명동’으로 불리며 지역 소비와 금융, 문화의 중심축을 형성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상가 공실과 고층 사무실 공실이 동시에 누적되며 도시 중심지로서의 기능 약화가 수치로 드러난다.

클릭뉴스가 한국부동산원과 광주 동구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2026년 1분기 광주 오피스 공실률은 18.9%, 일반상가 공실률은 15.7%로 집계됐다.

상업용 부동산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도심 핵심축인 금남로·충장로의 상황은 더 무겁다. 한국부동산원 2025년 2분기 조사에서 이 일대 6층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44.83%에 달했다. 사무실 두 곳 중 한 곳 가까이가 비어 있는 셈이다.

집합상가 공실률은 25.11%, 중대형상가는 25%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일시적 급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금남로·충장로 오피스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35.64%에서 같은 해 4분기 44.89%로 뛰었고, 2025년 1분기 45.04%, 2분기 44.83%를 기록했다.

1년 가까이 40%대 중반 수준의 고공실이 이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게 손님이 줄어든 상권 침체를 넘어, 원도심을 떠받치던 업무 수요 자체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금남로와 충장로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선 원도심의 낮 시간 소비를 지탱하던 사무실과 직장인 수요가 줄었다.

사무실이 빠지면 점심 장사와 퇴근 이후 소비가 약해지고 이는 카페·음식점·소매점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도심과 외곽 상권 성장, 온라인 소비 확대, 자영업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거리형 중심상권의 회복 탄력성은 더 낮아졌다.

행정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 동구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100억원 규모의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장로와 금남지하도상가 일대에 특화거리 조성, 축제, 빈 점포 활용, 상권 연계 프로그램 등을 투입해 방문객 유입을 늘리는 방식이다.

올해도 ‘충장 라온페스타’를 운영하며 상권 활성화를 이어가고 있다. 동구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해당 행사에 1만3000여명이 참여했고 약 24억7000만원의 매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방문객을 일시적으로 모으는 사업과, 빈 점포를 장기적으로 줄이는 구조개선은 성격이 다르다.

동구가 2026년 상권활성화구역 변경안을 검토하면서 황금동 일원의 공실률이 18.48%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힌 점은 상권 회복이 충장로 중심부를 넘어 주변 권역까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와 체험형 콘텐츠가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는 있지만, 고층 오피스 공실과 장기 빈 점포를 줄이는 데까지 이어지려면 별도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대안은 원도심을 다시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서 찾아야 한다.

첫째, 장기 공실 오피스를 청년창업 공간, 소규모 문화제작 공간, 공공·민간 협업형 업무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둘째, 빈 점포를 줄이기 위한 임대료 상생협약과 장기공실 건물 관리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축제 중심 방문객 수가 아니라 평일 유동인구, 체류시간, 카드매출, 재방문률 같은 지표를 공개해 정책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넷째, 금남로·충장로를 동명동·ACC·양림동 등 인접 문화권역과 연결하는 보행·야간경제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충장로와 금남로의 회복은 상가 몇 칸을 채우는 문제가 아니다. 광주 원도심이 다시 일하고, 머물고, 소비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100억원 규모의 상권재생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정책의 성패는 행사장의 인파보다 평일 낮 빈 사무실과 닫힌 점포가 얼마나 줄었는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광주 원도심의 다음 해법은 ‘사람을 부르는 이벤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남을 이유를 만드는 도시정책이어야 한다.
박기철기자 pkc0070@naver.com